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성황리에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초연결기술에 몸 달아하는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42개 대구경북 기업이 세상을 바꿀 참신한 융합기술 제품을 대거 선보였고, 1건의 최고혁신상과 7건의 혁신상 수상이란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인공지능, 모빌리티,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첨단 신기술의 혁신성이 인정받은 셈이다. 대구 기업 공동관은 총 925건의 상담과 1억달러 규모의 상담실적을 올렸다. 이 중 200만달러는 현지에서 계약됐다. 2천150만달러는 올해 상반기 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북도도 이번 CES에서 ‘경상북도관’을 운영, 200여 건의 상담으로 약 900만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렸다. 이 중 256만달러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실무협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래핀스퀘어 ‘최고혁신상’ 신개념 난방가전 에너지 절감 탁월
창문에 붙일 수 있고 전자파 없어 친환경·인테리어 효과 극대화
우경정보기술 영상분석 AI솔루션도 호평…’인간안보’ 밀접 관련
CCTV 영상 속 사람·차량 추적 가능…산불감지 기술도 선보여
◆CES 최고혁신상에 빛나는 포항 기업 ‘그래핀스퀘어’
그래핀스퀘어는 CES 2023에 참가한 3천200여 개사 중 단 17개사에게만 주어진 ‘최고혁신상(가전제품부문)’을 거머쥐었다.
그래핀(graphene)은 최근 각광 받는 첨단 나노소재다. 강철보다 강하고 구리보다 전도도가 좋다. 전자의 이동 속도가 실리콘의 100배에 이르면서도 유연하고 투명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 내 스타트업 특화 전시장인 유레카파크에 부스를 꾸린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 라디에이터’로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그래핀 라디에이터는 적은 에너지로 효과적으로 열을 낼 수 있는 뛰어난 발열성을 이용한 신개념 난방 가전이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영상과 정보를 실감 나게 표시할 수 있고, ‘Z’ 모양의 폴더블 구조여서 휴대도 쉽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이사는 “그래핀 히터는 기존 코일방식의 히터보다 최대 30%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고 전자파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며 “창문·거울·액자 등에도 손쉽게 부착할 수 있으면서도 얇고 투명해 공간 및 인테리어 활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창업한 이 업체는 지난해 본격 제조 생산을 위해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경북 포항으로 본사를 옮겼다. 최근 ‘그래핀웨이퍼’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본사를 포항으로 옮긴 것은 포스코가 포항에 철강 생태계를 만든 것처럼 그래핀스퀘어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그래핀밸리’로 만들기 위해서다.
홍 대표는 “포항은 경북도와 포항시 등 지자체 지원이 많아 제조업 하기가 좋다. 포스텍이 있어 우수한 인재도 수급할 수 있다”며 “그래핀은 미래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신소재다.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량 생산 공장을 만들어 포스코와 같이 큰 산업군을 형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기업 대영채비, 충전 선점 시스템으로 CES 혁신상
국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전문기업 대영채비<주>는 이번 CES에서 ‘충전 선점 시스템’을 선보여 혁신상을 받았다.
LVCC 웨스트홀과 노스홀에 각각 단독 부스와 대구공동관을 운영한 대영채비는 400㎾ 초급속 충전기 ‘하이코닉’과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은 200㎾ 급속 충전기 ‘듀오코닉’에 충전 선점 시스템을 추가해 선보였다.
대영채비의 충전 선점 시스템은 전기차 충전기와 연동한 ‘앱’을 통해 충전 예약을 진행할 수 있다. 이미 국내 대영채비 앱에서 ‘선점하기’ 서비스를 통해 상용화해 사용자들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경로상의 가용 충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선점해 충전소에서 기다리지 않고도 충전이 가능하다. 전력 공급자는 선점 정보를 통해 전력 사용을 예측할 수 있어 도시 전체 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대영채비는 이 시스템을 미국 및 캐나다 등으로 수출 및 서비스할 계획이다.
정민교 대영채비 대표는 “2016년 3명으로 시작해 창업 7년 만에 300명의 전문화된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꾸준히 R&D 투자 비율을 높여온 결과”라며 “이번에 선보인 충전 선점 시스템은 미국 소비자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소프트웨어(SW)는 이미 미국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해 유의미한 실적을 냈다. 연내 미국 공장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안전 지키는 영상AI 기술 선보인 <주>우경정보기술
대구의 인공지능 전문기업인 <주>우경정보기술은 영상분석 인공지능 기술로 호평을 받았다.
우경정보기술의 영상분석 인공지능 솔루션은 CES 2023의 5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인 ‘인간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능형 영상분석 솔루션(VISCOPER)은 딥러닝 기반 영상분석 알고리즘을 활용, CCTV 영상 내 사람, 차량 객체를 검출 및 재식별(Re-ID)해 이동경로를 추적한다.
고화질 대용량 CCTV 영상도 검색할 수 있다. 범죄예방과 안전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져 넓게는 사회안전망 강화 및 도시문제 해결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우경정보기술은 촬영된 영상 정보를 암호화해 보관하고 외부 유출 관리 등이 가능한 ‘지능형 영상정보보안 솔루션’, 딥러닝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해 다채널 CCTV 영상에서 불꽃을 감지할 수 있는 ‘산불탐지 솔루션’도 선보였다. 현장 근로자의 위치 및 상황 분석을 통해 중대재해를 사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능형 산업안전관리 솔루션’도 빼놓을 수 없다.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는 “미래 핵심 기술인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에 클라우드 기술까지 더하는 등 R&D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유한 영상분석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 어느 기업과 견줘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하게 정자기능 분석, <주>인트인
<주>인트인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기업이다. 올해 CES에서 수많은 헬스케어 기업들이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플랫폼을 선보였다면, 인트인은 ‘정자분석기’라는 독창적인 자가진단 제품을 소개했다.
‘정자분석기’는 남성들이 가정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성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 없을까 하는 작은 궁금증에서 개발된 제품이다. 많은 난임부부의 남편들이 검사방법과 민망함, 결과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병원 방문이 늦어진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가정에서 자가테스트를 통해 정자 개체 수와 활동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김지훈 인트인 대표는 “정자분석기 외에 배란분석기, 멀티호흡진단 치료 시스템 등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정자활동성측정기는 외국에서 반응이 더 좋다. 미국 수출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권혁준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